12 7월 프리미어 리그와 대한민국
2005년 박지성이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이후로, 2021년 현재까지 총 14명이 프리미어 리그 무대를 밟았다. EPL은 한국팬들에겐 가장 인기 있는 유럽 리그 중 하나인데, 특히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서 활약하던 시절엔 밤에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보는 문화가 생길 정도로 굉장한 인기가 있었으며, 프리미어 리그 또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리그라는 시너지가 합쳐지며 지금까지도 유럽 리그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으며 팬층도 넓다고 할 수 있다.
가장 꾸준하고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를 꼽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손흥민이다. 현재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강팀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그전까지는 선발출전 여부부터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다른 코리안 리거들과는 달리 소속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으며, 팀은 물론 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윙어로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출전 경기를 기준으로 둔다면 손흥민 이전에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는 기성용(187경기)과 이청용(105경기),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에서 활약한 박지성(154경기)이 있다.
그리고 아시아 선수의 EPL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은 종전 기성용이 8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손흥민이 2016-17 시즌에 14골, 20-21 시즌엔 17골을 기록하며 재차 경신했다. 이는 아시아인 최초의 두 자리수 득점이며 한국인임을 떠나 아시아인으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눈에 띄는 기록으로는 2014-15 시즌에 기성용이 기록한 리그 개막전 첫 골과 손흥민이 2016-17 시즌에 기록한 4경기 연속골, 2017-18 시즌에 기록한 홈 5경기 연속골, 2019-20 시즌에 기록한 5경기 연속골 및 프리미어 리그 통산 50골 등이 있다. 박지성은 QPR 시절 아시아인 최초로 팀 주장을 맡은 기록도 있지만 반 시즌만에 박탈당하며 흑역사로 끝나기도 했다.
또한 손흥민은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 이 달의 선수상을 3회(2016년 9월, 2017년 4월, 2020년 10월) 수상했고, 이 달의 골(2018년 11월, 2019년 12월)도 2회 수상했다. 손흥민 외에 이 달의 선수상과 이 달의 골에 선정된 아시아 선수는 없으며, 당연하게도 동시에 한 시즌에 선수상을 2회 수상한 선수 역시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은 PL 올해의 골 타이틀까지 손에 넣었고, 아시아인 선수 최초로 PFA 올해의 팀에 수상하게 되면서프리미어 리그의 역사에 한 줄 기록하게 되었다. 게다가 2021 – 22 시즌에 아시아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면서 아예 프리미어 리그에 새 역사를 창조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박지성은 프리미어 리그 최초이자 최다 우승 기록을 달성한 아시아인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통산 4회 우승(2006-07, 2007-08, 2008-09, 2010-11)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 중에서 유일하게 우승 경험자이며, 아시아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도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회, 2012-13)와 오카자키 신지(레스터 시티 1회, 2015-16), 미나미노 타쿠미(리버풀 1회, 2019-2020)가 전부다.
취업비자 조건이 강화되면서 앞으로는 쉽사리 프리미어리거가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김보경과 윤석영, 이청용의 경우엔 이를 충족하지 못해 잉글랜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비자 조건이 강화되면서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손흥민만이 예외조건중 하나인 1,000만 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처음이자 유일한 케이스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현실화되어 2015년에 이적한 손흥민 이후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는 무려 6년간이나 없었는데, 이는 과거에는 일단 유럽이라면 진출시키고 보자는 의견이 많았던 것과 달리,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허망하게 리턴하는 케이스가 늘어나며 요즘은 출전 시간과 주전경쟁을 철저히 고려해 신중하게 이적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1년이 되어서야 황희찬이 울버햄튼 원더러스에 임대 이적하면서 다시금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계보가 이어지게 되었다.
한국 측 방송사는 2001년부터 SBS 스포츠채널을 시초로 2002년부터 MBC ESPN에서 줄곧 중계해오다가, 2009-10 시즌부터 SBS Sports가 중계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6-17 시즌부터 SPOTV에서도 중계를 시작했는데 SBS Sports가 적자 때문에 2017-18시즌을 마지막으로 중계권을 포기했고, 2018-19 시즌부터는 SPOTV에서 독점 중계를 시작하게 되었다. SPOTV가 화질이나 중계진의 역량에 대해 말이 많다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매우 아쉬운 일로 남게 되었다.
2017-18 시즌이 끝나며 스완지 시티가 강등되면서 기성용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는 것이 확정되었고, 러시아 월드컵을 마감하면서 뉴캐슬로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개인 통산 3번째 EPL 클럽에 입성하게 되었고, 이는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이다. 이청용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3년간 백업 멤버로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고, 계약 만료와 더불어 동시에 워크퍼밋 문제로 잉글랜드를 떠나게 되었다. 손흥민의 경우 병역 문제가 걸려 있는 터라 잔류 가능성이 높았고,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아시안 게임이 시작하기 전에 토트넘과의 5년 재계약에 사인했다. 병역 해결 여부에 따라 뭔가 옵션이 걸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이젠 아무래도 좋은 일이 되었다.
2021년 현재까지 한국인 선수 중 골키퍼와 센터백이 EPL에 진출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그 이유로는 기량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피지컬, 그리고 언어 문제라 보는 팬들이 많다. 빠르고 거친 EPL 무대에서 몸싸움 경합을 해낼 단단한 피지컬은 필수 조건이며, 이에 더해 수비진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라인을 지휘하기 위한 의사소통 능력 역시 유무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 센터백 쪽에서 김민재와 토트넘의 링크가 유력후보로 올라와 있는데, 아시아 정상급 피지컬과 수비력을 갖춘 김민재도 유럽에서 어느 정도 이름값이 있는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과 국대 선배이자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인 손흥민의 커넥션이 없었더라면 링크가 뜨는 게 가능했을까 의구심을 부를 정도로 진출이 굉장히 힘든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김민재도 결국 토트넘과의 링크가 사라지고 페네르바흐체 SK로 이적하며 PL에 한국인 센터백이 뛰는 모습은 좀 더 뒤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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